사비나미술관은 한국-덴마크 문화예술 교류 특별전으로 허스크밋나븐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 허스크밋나븐은 정체를 숨기고 작품만으로 소통하는 예술가로 명성을 얻었으며 공공장소, 도시 벽면 등 다양한 공간에 작품을 남겨 사람들에게 위안과 영감을 선사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해 미술관 공간 특성에 맞게 현장에서 직접 대형 벽화 작업을 진행하고 완성한다. 전시장 벽면을 거대한 캔버스로 활용한 이 특별한 벽화는 전시 종료 후 제거되고 원상복구된다. 따라서 이 벽화는 한국의 관람객들에게만 선보이는 작품으로, 전시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공개되며 사비나미술관을 방문해야만 감상할 수 있다.
벽화를 포함한 회화, 드로잉, 판화, 영상, 오브제 등 총 158점의 다양한 작품들이 출품되어 작가의 작업세계를 본격적으로 살펴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특히 A4 용지 한 장을 찢고, 접고, 구부려 움직임과 공간감을 강조한 3D 입체드로잉은 종이의 물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보여준다. 본 전시는 풍자와 유머, 재치를 가미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길래는 지난 30년간 기계시대를 상징하는 동파이프를 재료로 사용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소나무와 자연물을 형상화한 조각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생성원리를 표현하며, 자연과 인공 사이의 경계를 해체하여 다름을 넘어서 모두가 함께 존재하고 조화를 이루는 통합적 세계관을 제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나무 뿌리와 무생물인 돌덩어리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인간과 자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생명과 무생물, 기계와 자연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보완하고 상호작용하며 지구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비나미술관은 사진, 조각, 건축 요소를 하나로 결합한 융복합적 작품을 통해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한 고명근 작가의 ≪투명한 공간 사이 거닐기≫전을 개최합니다.
본 전시는 초기부터 최근까지 주요 작품 총 230여 점이 출품되어 시간에 따라 작품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 왔는지 비교 분석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제작과정은 작가가 세계 곳곳을 다니며 건축물과 풍경을 촬영해 선별한 사진들을 투명 성질을 가진 OHP 필름에 출력한 후 플렉시글라스에 압착해 아크릴 패널들을 만들어 입체 구조물 형태로 재단합니다. 뜨겁게 달군 인두로 각 모서리를 접합하면 투명한 사진 다면체 건축물이 완성됩니다. 이를 통해 건축물은 투명성과 가벼움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교차, 대칭, 중첩 효과를 낳으며 감상자의 움직임과 보는 위치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이는 가변적 특징을 지니게 됩니다.
물리적 외부공간과 심리적, 문화적, 역사적 공간과 같은 비물질적 공간으로 분리된 두 공간의 통합을 시도하며 공간의 본질적 개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본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초남이 홍진의 정원수 조각 프로젝트 《Tree in Tree》는 자본·실용주의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인간관계의 단절, 심리적 고립감, 그리고 무분별한 산업화로 인해 일회성으로 소모되고 버려지는 폐기물로 야기되는 환경오염 등과 같이 현시대가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고찰해 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차세대 작가 이홍진은 《Tree in Tree》를 통해 버려지는 하찮은 것에 대한 사랑, 소외된 것에 관한 관심, 쓰임새를 잃은 것에 대한 쓸모의 발견, 죽음이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과정에 천착하여 작업을 이어나갑니다. 버려진 거리의 나무는 작가가 경험한 상실감과 동일시 되어 폐나무에 자신을 투영해 다시 정갈한 ‘나무’의 형상으로 조각해 일으켜 세우고 풀, 황토, 꽃잎에서 나오는 천연색으로 색을 입혀 일련의 ‘정원수(庭園樹)’ 연작을 선보입니다.
사비나미술관은 2023년 첫 번째 기획전으로 강홍구 작가의 ≪무인도와 유인도-신안바다 Ⅱ≫를 개최합니다. 강홍구는 한국 디지털 사진 1세대 작가로 디지털 사진 합성, 사진 위에 채색하거나 형상을 겹쳐 그리기, 회화적 구성으로 사진 이미지 변질시키기 등 사진 매체의 활용과 변주를 통한 실험미학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 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전남 신안군 어의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가 중년에 접어든 2005년부터 17년간 고향 신안을 오가며 탐색한 결과물이 총망라되었습니다. 신안에는 1025개의 섬이 있는데 그 중 유인도는 72곳, 953곳은 무인도입니다. 작가가 신안의 무인도와 유인도에서 발견한 삶과 죽음의 풍경 사진, 사라져가는 것들의 기억과 환상이 혼재된 합성사진, 파도에 밀려온 것들을 채집한 오브제를 매달아 완성한 회화, 26점의 작품을 이어 붙이고 실로 꿰매 완성한 약 14미터 길이의 꼴라주, 만재도의 풍경과 파도 소리를 기록한 영상 등 총 78점의 작품을 선보입니다.